[위기관리 골프] 마지막 3홀에서 실패하지 않기
선수라면 누구나 정상에 서고 싶어 한다. 1위 자리가 주는 기쁨을 느껴본 선수나, 생애 첫 우승을 노리는 선수들 모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뒤에 느끼는 감동은 설명하기 쉽지 않다. 어느 대회든 감동의 크기는 같겠지만 특히 매경오픈 우승은 정말 욕심나는 자리다.
유난히 매경오픈과는 인연이 없었던 나는 언제나 최종 목표인 우승, 그 이전에 우선은 본선에 올라야 한다는 생각으로 매순간 최선을 다했다.
올해 매경오픈 출전 결과는 2타 차로 본선진출 실패.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상황에서 놓쳐버린 본선행이 너무 아쉬웠기 때문이다. 본선에 올라야 한다는 부담감이 14번 홀 트리플 보기로 나타나면서 나는 다시 한번 ‘풀 속에 잠긴 핸디캡의 망령’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골퍼라면 누구나 마지막 세 홀에서 낭패를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히나 목표가 있을 때는 더 그렇다.
‘오늘은 싱글이다’ ‘처음으로 7자를 그린다’ ‘100타를 깰 수 있겠다’ 싶을 때 말이다. 15번까지 그야말로 ‘오늘 같이 잘 맞는 날이 없네’라며 스스로 감탄하면서 목표 달성을 코앞에 두고 16번 홀 티 박스에 올라섰다.
가슴이 마구 요동친다. 이제 세 홀만 잘 치면 그토록 바라던 일을 해내고 동반자들로부터 축하받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계획대로라면 잘 맞아야 하는데 골프라는 게 참 한순간에 사람을 절망에 빠트린다.
OB가 나기도 하고, 해저드에 빠지기도 하고, 계속 벙커로만 들어간다. 30cm짜리 퍼팅마저 홀컵을 돌아 나온다. 정말이지 미칠 것 같다. 그렇게 정신없이 18홀까지 마치고 나서 결과를 보면 목표에 꼭 한 타 차로 미달이 된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돌아보면 정말 어이없다. 평상심만 유지했어도 가능한 것을 모조리 놓쳐버린 게 보인다.
매경오픈에서 나 또한 앞서 말한 상황과 똑같은 경험을 했다.
컷오프를 통과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은 채 14번 홀에 나섰다. 그렇게 여유가 있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처럼만 한다면 본선에 나가는 것은 문제없었다. 파5, 드라이버 대신 스푼을 잡고 드로샷을 시도해 티샷을 했는데 의도와는 달리 훅이 나면서 해저드에 빠졌다.
트리플 보기를 하고서 홀아웃을 했다. 너무 아쉬웠지만 그대로 주저앉기는 이르다며 스스로 가다듬고 15번 홀 파를 했고, 16번 홀 2미터짜리 이글 퍼팅 기회가 왔다. 하지만 지키지 못하고 버디, 17·18번 홀은 파를 기록하고 2라운드를 마쳤다. 결과는 2타 차로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본선진출이라는 목표에 쫓겨 눈에 보이는 라이조차 읽지 못하고 스스로 라이를 만들고,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실수를 범하고 만 것이다.
골프는 자연에 역행해서는 안 되는 스포츠다. 코스가 갖고 있는 모든 상황에 순응하고 적응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함께하는 동반자들과의 미묘한 심리전에서도 결코 흥분하거나 욕심을 내서는 안 되는 게 골프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즐거운 골프를 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정답을 줄 수는 없지만 마지막 세 홀을 남겨두었을 때 절대로 결과를 예측하지 말라는 당부는 하고 싶다.
‘여기서 파를 하면 싱글이다’ ‘파만 하면 우승이다’라고 미리 예측하지 말고, 현실의 라이를 무시하고 자신이 라이를 그리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어떤 상황에 놓여도 집중력과 여유를 잃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바라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58호(08.06.04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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